[제주 입도 37일차 | 20140716] 이웃집 화장실 공사를 도우러 출동

이웃집이 요새 화장실 공사로 고생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돕기 위해 (일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조슨상뿐이지만) 온가족이 출동했다.


시골에는 아직 화장실이 집 밖에 있는 집이 많다. 집 밖에 있는 화장실이 여전히 재래식인 집도 물론 있다. 실내에 있는 욕실에 익숙한 우리에게 집 밖에 있는 화장실은 무엇보다 불편한 난관이다. 시골집을 구하다보면 다행히도 화장실을 안에 넣는 공사가 끝난 집도 있고, 욕실은 안에 있지만 화장실은 밖에 있는 집도 있고 욕실도 없고 화장실은 밖에 있는 집도 있고, 그런 집과 계약을 할 때도 몇 년 이상 살면 화장실을 넣는 공사를 해주겠다는 조건이 있기도 하고 알아서 살아야 하는 조건도 있다. (예전에는 화장실을 안에 넣는 공사를 하는 대신 몇 년간 집을 무료로 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요샌 집이 부족한 상황이라 그런 경우는 없을거라고 봐야 한다.)

화장실을 안에다 만드는데는 인테리어를 어떤 수준으로 하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2~300만원이면 할 수 있다고 한다. 돈이 있다면야 무슨 공사를 못하겠는가. 더군다나 내 집도 아니고 세입자로 살아야 하는 경우엔 기껏 돈 들여서 공사하고 수리했는데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수리비만 날리는 셈이고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셈이니 돈을 쓰며 공사하기도 어렵다.

요새 저지리는 집집마다 오수관을 설치하는 토목 공사가 한창이다. 이걸 설치하면 땅 속에 정화조를 따로 묻지 않아도 오수관을 통해 바로 배출되기 때문에 정화조 청소등이 필요없어지는데 문제는 오수관과 연결할 수 있는 관이 집내부에서 나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 지은 집들이야 그걸 다 고려해서 지어놨지만 예전 집들은 되어있을리가 없다. 오수관을 연결하는 대단위 공사가 한창인 지금 이 공사를 놓쳐버리면 하는 수 없이 땅속에 정화조를 묻어야 한다.

집 밖에 화장실이 있었던 이웃집이 이 번에 화장실을 안에 넣고 오수관을 밖으로 빼는 공사를 직접 하기로 한 것이다. 도시에서 살면 이런 일을 직접 하며 살 것을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듣기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닌데 혼자 하기는 힘들 것 같아 도와주러 간 것이다. 우리도 잘 모르지만 함께 머리를 대고 연구하다보면 되겠지 하며 손을 댔는데 정말 되더란 말이지.


두 남자가 화장실 공사에 매달리고 있을 때 우리 여성들은 아이와 놀았다. 좀처럼 사람을 잘 안따르는 아이인데 왠일인지 잘 논다. 심지어 집에 잠깐 갔다 오자고 하니 이모랑 둘이 있을테니 엄마 혼자 갔다오란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너무 놀라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고. 우리가 좋아하고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아이도 편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생전 처음 도와본 일도, 아이의 변화도 우리에겐 새롭고 또 기분 좋다. 제주에 왔기에 가능한 변화였으리라. 아닌가? 뭐 어차피 온거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만인거지.


posted by 위조 고래배